에세이2018-12-12T02:55:31+09:00

심리건강 에세이



감정의 의미

작성자
호연클리닉 한기연
작성일
2005-11-22 10:12
조회
3129
사람들은 흔히 자신의 감정에 대해 매우 잘 알고 있다고 확신한다. 감정은 오로지 자신에게 속한, 자신만의 것이라고 여긴다.
그래서 나만이 알고 있는 내 감정으로 내가 원한다면, 남들을 속일수도 있다고 한다. 그러나 사실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분명히 화가 났을 것 같은데 “화났어?”라고 물어보면 절대로 화나지 않았다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 때는 일부러 속이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진짜로 자신은 화나지 않았다고 믿고 있다는 말이다.
시어머니의 시집살이가 너무 심해서 옆에서 보기에도 딱한 며느리가 자신은 시어머니를 다 이해할 수 있으며, 이런 정도의 고생은 얼마든지 참아낼 수 있고, 더 극진하게 대해야 도리인데 그러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면 그 사람은 자신의 감정을 깨닫지 못하고 있는 사람 이다.
사람도 한 유기체이고, 모든 유기체란 본능적으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자신에게 나쁘게 대하는 사람에게 공격심이 생기기 마련이다. 그것을 이성의 힘으로 심하게 내리 누를 때 자신의 솔직한 감정을 깨닫지 못하는 것이다. 이런 사람들은 엉뚱한 다른 사건이나 사람들에 대해 예민한 반응을 보이거나 여러 가지 질병에 걸릴 가능성이 높다.
자신의 정서 상태에 늘 관심을 가지고 그것을 제대로 인식할 수 있어야 그 감정이 무엇인지 알고, 그것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찾을 수 있다. 자신의 감정을 인식하려면 어떻게 해 야 할까? 일단 자신의 신체에 주의를 기울이는 방법이 있다.
자신이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는지 알아차리기 전에 자신의 신체가 먼저 반응하기 때문이다. 얼굴이 화끈거리거나, 손이 차가워지거나, 목이 콱 막힌 느낌이 들거나, 뒷머리가 땡기는....... 이런 신체 반응들이 지금 이 순간 내가 어떤 감정을, 특히 좋지 않은 부정적 감정을 경험하고 있다는 신호를 보내는 것이다.
그럴 때 그 신호를 무시하지 말고 그것이 무엇인지 머물러 보아야 한다. ‘화났어 / 수치스러워 / 당황스러워.......’ 등등. 그렇다면 감정이 우리에게 가지는 의미는 무엇인가? 감정은 개인적 의미의 산물이다. 즉 자신에게 일어난 사건에 대해 어떤 의미를 붙이고 어떤 식으로 해석하느냐가 감정을 지배한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자신에게 일어난 사건에 대해 붙이는 해석은 그들이 자신에게 중요한 것이 무엇이냐, 자신이나 세계에 대해 무엇을 믿고 있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자신에 대해 긍정적인 느낌을 가진 사람과 부정적 느낌을 가진 사람은 길 가는 사람이 자신을 쳐다보는 것을 인식했을 때 전혀 다는 감정을 경험한다.
전자가 ‘기분이 우쭐해진다’고 느낀다면 이는 ‘내가 근사해보여서 쳐다 보는군’이라는 해석에서 비롯한 감정이고, 후자가 ‘기분 나빠’라고 했다면 이는 ‘내가 불안해하는 것을 눈치 챘군’에서 비롯한 것이다. 내가 어떤 분노나 불안이나 죄책감, 혹은 행복감, 긍지, 애정 등의 감정을 느끼는 것은 자신의 인생에서 일어나는 사건이나 상황들에 내가 부여하는 해 석 때문이고, 그렇기 때문에 감정을 이해한다는 것은 나와 다른 사람을 이해하는 가장 핵심적인 통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