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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건강 에세이



친밀감과 의존성

작성자
호연클리닉 한기연
작성일
2005-01-11 10:47
조회
2721
사람은 일생을 통해 타인과 연결되어있다는 감각을 찾으며 이를 소중하게 여긴다. 인간이 타인과 친해지고자 하는 것은 유아기 때 아가가 말하지 않아도 무엇을 원하는지 알아차리고 즉각적으로 반응하였던 엄마와의 연결을 되찾고 싶은 열망으로 보기도 한다. 혹은 죽을 수 밖에 없는 인간의 유한성을 초월하려는 하나의 방식일 수 있다.
의심의 여지없이 친밀감의 경험은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생명의 충만감을 느끼게 한다. 그런데 친밀감이 두려움이라는 결과로 나타나서 타인과 정서적으로 가까워지는 것에 움츠려드는 사람들은 누구인가? 어떤 사람에게 가까이 간다는 것은 그가 당신 성격의 모든 측면을, 좋은 것과 매력적인 면뿐만 아니라 부끄러운 부분도 볼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멀리 있을 때와는 달리 실수하는 모습, 부족한 모습이 드러나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는 당연한다. 하지만 이들은 자신이 불완전한 모습을 보이면 다른 사람들이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자신들을 무시하거나 거절하리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 극단적으로 이들은 자신의 보여지는 모습과 실제 모습이 다르다고 여기며 산다.
그래서 친해지면 드러나는 모습과 일상적인 모습을 다르게 ‘관리’해야 하는 것이다. 일회성 만남이거나 여러 사람과 함께 어울릴 때는 더할 나위 없이 활발하고 친근하며 싹싹하던 사람이 단 둘이 친밀해질 기회가 생기면 양상이 달라진다. 친구도 아는 사람도 심지어 연인조차도 일정 거리를 두며 조심스럽게 통제하려고 든다. ‘난 그들이 내 진짜 모습을 알게 둘 수가 없어요.
’ 그들은 스스로가 자기 모습이 진짜가 아니라고 여기며, 친해져서 다른 사람들이 자신이 얼마나 부적절하고 하질인가를 알아내면 큰일이며, 결국 자신을 싫어하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 친밀감의 형성에 실패하는 데에는 이와 같이 내 진짜 모습이 좋지 않다는 자기 불신감과 동시에, 그래서 타인이 실망하고 떠나리라는 타인에 대한 불신이 크게 자리 잡고 있다.
‘내가 비록 좀 모자라도, 실수를 해도 그렇다고 저 사람이 날 떠날려고?’ 당신이 만약 이렇게 생각하며 사는 사람이라면 박수를 보내고 싶다. 타인에 대한 신뢰가 없는 이들은 자신의 감정을 터놓고 얘기하지 않는다. 어느 정도는 가족에게 말하지만 그들조차도 전부 다 터놓기에는 꺼려진다. 내가 다 털어놓으면 나중에 그것들을 나를 곤란하게 하는 데 사용할 것 같다.
나를 비웃고 놀리거나 조종하려들지 모른다. 자신에게 약점이 있다는 것은 위험에 처할 수 있다는 것이니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경계를 늦추면 안 되는데, 누굴 신뢰하다는 것은 내가 비난, 배신, 실패할 수 있는 함정을 파는 일이다. 신뢰에서 오는 상처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하여 이들은 용의주도하게 다른 사람들의 동기, 정직성, 신뢰성을 의심한다.
심지어는 오래 산 부인과도 친밀한 의사소통을 하지 못하고 감정을 내비치지 않는다. 어떤 사람과 가까워지고 그 사람에게 마음을 열고 믿게 되면, 점점 더 그 사람을 필요로 할 테니 그것이 두렵다는 것이 친밀해지지 못하는 사람들의 한 마음이다. 의존한다는 것은 위협적이다. 의존이 두려운 것은 삶의 통제력을 잃게 된다는 느낌 때문이다.
의존한다는 것은 자신의 삶의 통제를 누군가가 대신 해 준다는 것이니 이제 자신의 모든 것을, 목숨 줄을 남이 좌지우지하게 두는 것 같다. 의존도 신뢰처럼 자신이 한없이 약해지는 것 같고, 타인에게 나를 마음 놓고 비난해도 좋다는 면죄부를 주는 것 같다.
‘이거 아니면 저거’ 식의 사고가 작동해서 한번 의존하기 시작하면 것잡을 수 없이 자꾸 더 하게 될까봐 그것이 두려운 마음도 커서 의존하는 장면을 절대로 만들지 않으려한다. 한 사람과 때론 의지하고 또 때론 독립적인 관계 형성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이 없다.
친밀감과 의존성 사이에서 방황하며 고통스러워하는 문제는 친밀감을 느꼈던 사람에게서 버림받았던 아픈 기억이나 부모가 끊임없이 비판하고 지적하며 양육하는 것이 원인이 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제 성인이 된 당신은 불완전하고 실수가 있는 자신을 한 인간의 모습으로 인정하고 받아들여도 괜챦다.
이제 새삼스레 당신을 버리고 비난할 수 있는 사람은 세상에 없기 때문이다. 신뢰하고 의존하면서, 가끔 상대방에 대해 실망도 하면서 살아갈 때 관계에서 친밀감을 느끼며 행복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