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과 답변2018-12-16T00:17:17+09:00

질문과 답변



몇 년을 망설였습니다.

작성자
비앙키
작성일
2023-04-20 01:14
조회
202
이 글을 쓰기 까지 몇 년을 망설였습니다. 오늘 쓰지 못한다면 또 얼마를 망설이게 될지 몰라 용기를 내어봅니다.
다소 두서 없는 글일지라도 양해 부탁드립니다.

처음 선생님을 알게 된 계기는 제가 결혼 전 읽었던 서른다섯의 사춘기 입니다.
이전까지는 심리학서나 자기 계발서 이런 종류의 책을 거의 읽지 않았던것 같습니다. 선생님의 책을 읽고 나의 완벽주의 성향,
나의 삶이 왜 그토록 힘들었는지 알 것 같아서 정말 망치로 머리를 맞은것 같았습니다.
저의 문제점을 직면하고는 고치려고 많이 노력도 했던 것 같지만 쉽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결혼을 하게되고, 아이를 낳고, 처음 책을 읽었던 시간부터 벌써 거의 15년이 흘렀습니다.
그간 힘들었던일들 괴로웠던 일들이 없지 않았지만 나름 이겨내며 지금까지 잘 지내왔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다 한 1,2년전 부터인가 부쩍 힘든 일들이 많아지면서 부터 하루 하루 우울함이 쌓여왔던 것 같습니다.
(사실,아이를 낳고 부터 산후 우울증이 좀 있었던 것 같습니다)
병원에 가 볼까, 어디가서 상담을 해볼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때마다 왜인지 선생님을 떠올렸던 것 같습니다.
그간 나름 힘든 시기 동안 여러 심리학서, 자기 계발서 등을 읽고 유튜브 강의 등을 보면서
내가 이 정도는 이겨낼 수 있다고 생각하고, 나의 문제는 내가 잘 알고 있고, 상담을 받아 본 들 뭐가 과연 달라질까 하는 오만한(?) 생각에
저의 상태가 점점 악화되도록 방치한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저 저의 무기력함이, 우울함이 나의 나태함과 게으름에서 오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스스로를 자꾸 채찍질 하며 여지까지 버텨왔던것 같습니다.
지금 제가 병원을 가야할지, 선생님을 찾아뵈야 할지 판단이 서질 않습니다.
어제 제가 책으로 방송으로 도움을 받던 선생님께서 실제 심리상담을 받으시는 영상을 보고,병원에서 약을 처방 받으셨을때 어떠하셧는지 말씀하시는 영상을보고
저도 더는 미루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3퍼센트의 남은 에너지로 30퍼센트의 힘이 필요한 새로운 계획이나 시도를 하다가 마지막 남은 3퍼센트를 순식간에 다 태워버리고 재가 되어 버리는 안타까운 경우가 일어난다는 책의 귀절을 읽고, 이것이 나의 이야기 같다는 생각이 들었을때 두렵기도 했습니다.
언제부터인가 자꾸 죽음을 생각했습니다.
자살할 용기는 없고, 그럴 수도 없고, 그저 내가 어느날 병원에 갔을때, 시한부 인생이라 앞으로 3개월, 6개월 밖에 살 날이 남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듣는다면
너무 마음이 편안할 것 같았습니다. 그럼 모든 욕심과 고민을 내려놓고 존재 자체로 아이를 사랑하고, 존재차체로 나를 인정하고 미워하지 않으며 마음이 편안하고 행복할 것 같았습니다. 그렇게 거의 매일 같이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결혼을 하고, 육아에 10년을 내 모든 것을 쏟아 붓고 , 이제 아이가 10살, 모든 것이 만족 스럽지 않고 불안하기만 합니다.
10년동안 나의 성장, 아이의 성장을 꿈꾸었으나 나는 성장하지 못한것 같고, 아이는 내가 생각했던 것처럼 잘 키우지 못한것 같고
지나간 10년이 후회스럽고 내 자신이 원망스럽습니다.
올해 몇가지 이유로 아이의 풀배터리 검사를 했는데 검사를 하고나니 그 결과에 제가 더 처참히 무너졌습니다.
어디 까지 받아들여야할지, 이것이 다 팩트인지?, 이제 제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고 점점 더 혼란스럽습니다.
고개를 돌리면 저의 친정도 편치 않고, 남편도 저의 이런 마음을 온전히 다 받아 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엄마, 언니에게, 가끔 남편에게 이런 마음을 호소해도 그때뿐, 어떻게 앞으로 제가 살아나가야 할지 잘 모르겠습니다.

한 일년전인가 부터 거의 매일 술을 마십니다. 뭐 별거 아닌 주량이라 해도 매일 거의 하루도 거르지 않고 술을 마십니다.
처음엔 맥주 한캔에서 시작을 해서 요즘은 2캔, 소주 반병, 한병, 점점 늘어가는것 같습니다.
술을 마시면 아팠던 머리도 오히려 맑아지는것 같고, 할 수 있다는 용기도 생기고, 힘들었던 하루에 위안을 받는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언제 부턴가 부터 매일 마셨던 것 같습니다.
술을 마시면서 생각합니다.
내일은 이렇게 이렇게 할거야, 계획을 세우고 내가 다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자기비대(?)가 일어난달까?
그렇지만 내일은 오늘과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그리고 또 다음날 저녁이 되면 어김없이 술을 마십니다.
병원에 가봐야 할까요? 선생님을 뵈면 제가 도움을 받을 수 있을까요?

이렇게 글로 쓰고 보면 정말 제가 문제가 많은 사람인것 같습니다.
하지만 주변에서 제3자들이 저를 바라보는 시선은 그렇지 않습니다. 저를 정말 에너지가 넘치는 사람, 항상 유쾌하고 밝고 호탕한 사람으로 봅니다.
제가 이중인격인지....
저 또한 사람들을 만날때면 에너지가 넘치고 아무렇지도 않게 밝게 행동하고 스스럼 없는 모습에 '난 괜찮다'고 스스로 자위하며
난 잘 할수 있을거라고 헤쳐나갈 수 있를거라고 생각하고 또 스스로의 번뇌를 덮고 지나갑니다,
그러고는 그날 저녁 또 술을 마시며 혼자 눈물을 삼키고 괴로워 하지요.
이게 분명 정상은 아니겠죠?

제가 어떻게 할 수 있을까요?
오늘도 아이의 검사지를 몇 번이나 다시 읽어보면서 고민에 빠집니다,
어디까지 받아들여야하고, 내가 어떻게 해야할지,
검사한 선생님께서 말씀하시길
어머니께서 에너지가 바닥이라고, 에너지를 끌어다 쓸데가 거의 없다.... 그냥 버티는 것,조금 있으면 그냥 배터리가 나갈것 같다고...
그 말씀을 생각하다 용기를 내어 이리 적어 봅니다.
제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저부터 어떻게 해야 할 것 같다고
저... 용기를 내어서 선생님을 뵈러 가고 싶습니다.
마지막 이라고 생각하고.